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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 Cyberloafing

노동위원회 경험

by 스마트커피 2025. 1. 9.

연말연시가 되면 전 직장 지인들로부터 가끔씩 전화가 온다. 그 전화들을 받게 되면 아 벌써 한 해가 지나가고 있구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전화들의 내용은 거의 2가지 이다. 하나는 회사에서 연봉협상기간에 연봉을 제시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이제 곧 연봉협상인데 어떻게 말하면 되느냐? 다른 하나는 거의 퇴직권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느냐? 였다. 그 밖에 노무문제에 대한 조언을 묻기도 한다. 일단 내가 뭐 노무사도 아니고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없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답답한 마음을 알기에 성심 성의껏 나름 답변해 준다. 법보다는 상식적인 측면에서 조언을 한다. 물론 나도 모르겠다고 한 적도 엄청 많다.

 

얼마 전에 A라는 친구한테서 근무시간 문제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연락이 왔다.

이런 문의 연락이 평소에도 왕왕 있던 친구인데, 회사에서 업무때문에 원래 9-6 근무시간을 10-7으로 조정한다고 본인만 그렇게 한다고,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그 조정이 회사입장에서 필요한 조정인지를 물었다. 혹시 A라는 친구만 다르게 대우하기 위함인지 알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무상 필요한 내용임을 알게 되었고(본인이 필요성 솔직히 인정^^;;;, 그러나 집에 늦게 가기 싫음) A 친구에게는 그 회사에서 오래 다니고 싶다면 당연히 근무시간을 흔쾌히 조정해서 업무해야 한다고 했고 만약 아니라면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을 언급하며 일단 거절은 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법적으로는 다를 수 있으나, 내 생각엔 회사 업무상 필요하고 본인 업무와도 그 시간 조정이 업무상 필요하다면 당연히 회사에서는 요구할 수 있고 그게 싫다면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줬다.(회사 입장이라 약간 실망한 눈치 ㅎㅎ;;)

 

노동위원회 인연?악연?

우습게도 A라는 친구는 이전 직장에서 부당해고로 회사를 신고해서 노동위원회에서 3자 대면까지 하며 다퉈 조정까지 간 친구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보면 절대 서로 연락하기 힘든 관계이다. 

하지만 당시 그 친구는 신고를 하고 나는 나대로 회사를 위해서 소명자료를 만들어 노동위원회에 출석하고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히 나도 부당해고가 맞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회사를 위해 나대로 최선을 다해 소명은 했으나 조정위원회 결과는 좋지 않을 거란 것도 예상했다. 명분은 회사가 어려워서 인원을 줄여야 해서 너가 퇴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사실 담당 임원 눈 밖에 난 친구라 선택되었고 급하게 통보 되었었다. 인사 쪽엔 의견을 묻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었다.

보통 최종 조정이 끝나고 노동위원회를 같이 나와야 할 때는 보통 서로 엄청 불편하다. 보통 신고한 직원은 인사 담당자를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고, 인사담당자는 해당 신고로 엄청난 업무와 스트레스로 신고한 직원을 좋게 볼리 없기 때문이다. 

당시 A라는 친구와 모든 조정이 끝나고 나오면서 커피나 한잔 하자고 했다. 난 미안했다. 문제가 있는 직원도 아니었는데 그런 노동위원회에서 3자 대면으로 만난다는 것도 슬펐다. 나는 고생 많았다고 앞으로 잘 지내라고 했다. A친구도 그동안 감사했다고 오히려 날 회사의 적으로 대하질 않았었다. 나는 미안했고 고마웠다.

[참고로 노동위원회에서는 최종판결까지 가지 않게, 왠만하면 중간에 합의를 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위원회 인연?악연?
무슨 노동위원회 홍보 이미지 같네;;;;

 

물론 업무를 하다 보면 악의적으로 법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부당해고를 유도 한다던지 일부러 화나게 해서 좀 듣기 거북한 말을 유도해서 그 부분만 녹취해서 신고를 한다던지.. 그렇게 그런 돈 좀 더 받아서 뭐하려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속여서 뭐하려고 하나 싶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세상에는..

 

연말연초에 전화 오는 사람들은 나보다 어린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임원이셨던 분들도 자주 연락이 오곤 했었다. 거의 임원의 계약관계에 대한 문의와 퇴직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자주 연락 오던 분이 1~2년 연락이 없는 경우 확인해 보면 은퇴하신 경우가 많았다.

 

평상시엔 연락이 없다가 이런 연말연시 본인이 필요할 때만 다짜고짜 연락이 와서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좀 얄밉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그래도 사람들에게 편한 사람이었구나란 생각도 들고, 그냥 반갑기도 하고 그리고 여전히 답 없는 물음으로 고민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답답하니까.. 인사/노무 문제는 답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몇 건의 연락을 받으며 또 한 해가 시작됨을 느낀다.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은 시국이지만 모두 평안한 한 해가 되길 빌어본다.